남대문 2층 지붕은 전통 건축 양식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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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용선 기자 ysshin@chosun.com, 송윤
혜 기자 s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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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와·보토(30~60㎝ 진흙층)·적심목(지붕에 넣은 원
목)·개판·회반죽(1㎝ 두께)·서까래’인 6겹으로 되어 있
다. 지붕에 들어가 있는 나무 구조물인 적심은 밑에선
개판·회반죽에 가려 보이지 않고, 위에서도 지붕과 진
흙층에 가려져 있다. 박 교수는“소방관들이 보았다는
노란색이나 검은색 연기는 적심목이 타 발생한 것”이
라며“지붕 내부에서 타고 있더라도 밖에선 불길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보통 나무가 탈 때엔 흰색 등의 연
기가 나지만 진흙 등에 덮여 있는 적심목은 산소가 부
족해 불완전 연소하면서 노란색 등의 연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 전통 건축 전문가인 고려대 주남철 명예교수(건축
공학)는 때문에“적심목에 옮아 붙은 불을 끄려면 지붕
가장 밑부분인 1㎝ 두께의 개판·회반죽 부분을 완전히
들어내고 밑에서 물을 쏘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소
방관들이 회반죽과 기와에 가려 있는 적심목의 존재를
몰라 불길을 일찍 차단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기와·진흙층 먼저 걷어냈어야
문화재 전문가들은 “지난 1961~63년 숭례문 보수공사
를 할 때, 기와 바로 밑에 있는 진흙층인 보토에 석회
성분을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진흙에 석회를 섞은 것
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습기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고 한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이 외부에서 엄청나게 물
을 뿌려 댔지만, 내부에선 오히려 불길이 활활 번져나
갔다. 전문가들은 숭례문 지붕으로 번진 화재를 잡기
위해서는 지붕 맨 윗부분인 기와·보토 부분을 먼저 걷
어낸 뒤 물을 뿌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소방당국 말이 안 통했다
숭례문이 잿더미가 되기까지 5시간17분 동안 문화재 보존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과 화재 진압 책임이 있는 소방당국의 의
사 소통은 꽉 막혀 있었다. 누가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 책임자가 언제 현장에 도착했는지조차 서로 말
이 다르다.
본지가 입수한 소방당국의 화재 당일 일지에 따르면 문화재청
(대전광역시)에 숭례문 화재 발생이라는 비상연락이 간 것은
오후 8시56분. 문화재청 담당자가 화재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10시4분이다. 불이 난 지 1시간8분이 지나서
야 현장에서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의 공조가 이뤄졌다
는 뜻이다. 현장 소방관은“숭례문은 문화재여서 우리
마음대로 판단해 진화작업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화재 초기 소방당국에 “국보 1호이기 때문에
조심스럽 게 화 재 를 진압해 달라”고 요청했다. 불길
이 커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문화재청은 불이 난 지
47분여가 지난 오후 9시35분이 돼서야“남대문이 훼손돼
도 상관없으니 적극적으로 불을 꺼달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문화재청의 통보를 받고도 2시간5
분이나 지난 11시40분에서야 지붕 기와 일부를 들어내
는 작업을 벌였다.
한국화재소방학회 손봉세(경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학회장은“화재초기에 처음부터 두 기관이 화재현장에
서 도면과 진압방식에 대해 실시간으로 교환하고 대화
했다면 이처럼 문화재 전체를 태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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