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 도자기 한글을 노래하다
고미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김상석(55) 관장이 한글 전문 박물관이 없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한글박물관인 셈이다.
160㎡ 남짓한 공간이지만 30여 년 동안 수집한 한글 관련 자료 5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여 점을 엄선해 상설 전시한다.
한글 관련 고서와 생활용품, 도자기, 옹기 등에 이르기까지 한글 관련 자료는 없는 품목이 없을 정도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우언(우화)소설 '당문자승현록'과 가사집 '응조가', '충무공행장' 필사본, '어로불변' 등 이곳만 소장하고 있는 유일본도 있다.
한글박물관은 2011년 먹고 살기 어려워 딸을 노비로 팔 수밖에 없는 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담은 '한글수기'를 처음 공개했다.
2013년에는 새로 발굴한 조선 말기의 음식 조리서 '음식방문' 필사본을 중심으로 '한글음식 방문전'을 열기도 했다.
김 관장은 박물관 문을 열기 전인 2007년 '화동일기'를 비롯해 구한말 일본 공사를 지낸 인동식의 미공개 일기 29권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일기는 1885년부터 1930년까지 구한말 조선의 외교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여겨진다.
김 관장은 지난 5월에는 '2015 런던 국제고서전'에 참여해 우리 말글의 아름다움과 정교한 활자 문화를 보여주는 한글 금속활자본과 목판본 41점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기도 했다.
김 관장은 "한글은 곰방대와 떡살, 재떨이 등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며 "우리 정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글 박물관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돼 박물관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한글박물관은 매달 둘째·넷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 무료 관람을 실시한다. 오는 9일에는 한글날 기념으로 '해주도자기 한글을 노래하다'란 특별전시회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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