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지나간 과거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과거의 것들을 눈으로 봄으로써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물건들과 기록으로 그 모습들을 그려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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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 감곡IC에서 도보로 10분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음성기록역사관 |
그런 의미에서 박물관은 과거의 기록들을 보존하고 현재 기록을 남겨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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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적, 생활품, 의복 등 7천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
그러나 가까운 일본과 대비해 국내 국공립 박물관의 수는 일본 4천여 관, 한국 3백여 관으로 무려 10배나 차이가 나 우리는 과연 멀지 않은 미래 우리 후손들이 우리의 생활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이 국가 대신 역사기록물들을 수집, 보존해 사람들에게 전시하는 곳들이 있음은 천만 다행이다.
음성 감곡IC 인근 구한말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살아 숨 쉬는 역사의 증거물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는 음성기록역사관이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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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역사관 김수명 관장이 옛날 아이를 업을 때 쓰던 포대기를 가리키고 있다. |
서적, 유물 등 무려 7천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기록역사관의 김수명 관장은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에 “옛날 얘기하면 재밌지 않나? 나는 이 옛날 얘기에 미쳤다.”며 우문현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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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품에 비해 장소가 협소해 전시에 어려움이 있어 안타깝다. |
김수명 관장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들에 대해 “과거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그러나 관람시설 많지 않아 사람들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너무 멀고 해서 가까이 두고 충분히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보질 못하니 익숙하지도 않다. 익숙하지 않으니 돈 내고 보라면 안 본다. 이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해 우리나라의 관람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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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길동전. 왼쪽에서 7번째 첫부분에 '길동이 관상'이라 선명하게 쓰여 있다. |
즉, 적은 수의 국공립 박물관의 빈자리를 개인 박물관들이 메우는 상황에 역사기록물들을 더욱 잘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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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존에 한계가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 토로하기도 |
각각의 기록물들을 팔면 얼마나 되겠냐는 또 한 번의 우문에 김수명 관장은 “비싼 것도 있고 싼 것도 있다. 그러나 이 손 저 손 옮겨 다니면 파손 우려 있다. 값이 얼마든 팔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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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소품 아닙니다." 옛날 전화기들도 볼 수 있었다. |
이 같은 김 관장의 고집이 아니라도 음성기록역사관이 소장, 보존하고 있는 역사기록물들의 가치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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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광등이 없던 시절에는 이렇게 어둠을 밝혔다. |
우륵문화제와 세계무술축제를 치르고, 아시아조정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충주시의 충주박물관에서 음성기록역사관에 도움을 청한 것을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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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기록역사관이 협조한 충주박물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
충주박물관은 지난 9월 2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추억의 교과서 앞으로 나란히’라는 제목으로 구한말부터 근대까지의 교과서 자료를 모아 전시하고 있는데 이곳에 음성기록역사관이 협조한 450여 기록물 중 400점이 충주박물관을 통해 관람객들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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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교과서들과 상장, 가정통신문 등이 전시되어 있다. |
김수명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서도 그만의 교육철학을 얘기하며 지금의 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전시된 교과서를 시대별로 살펴보라. 옛날에는 효, 충, 예를 중시하여 이것을 기본으로 교육했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철수야 놀자, 영희야 뛰자로 바뀌었다”며 “교육의 목적은 사람을 지혜롭고 현명하고 슬기롭게 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은 마냥 놀는 게 아니다. 성공하고 돈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지혜, 현명, 슬기를 갖추고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보면 돈은 따라오는 것이지 돈을 따라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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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년에서 6학년 사이 창씨개명이 이뤄졌다. |
그러면서 그는 벽에 걸린 삼계사본을 가리키며 “이것이 교육의 기본이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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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계사본.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 수확도 없다.' |
삼계사본에는 ‘일생의 계획은 어린 시절에 하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하며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한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 할 일이 없게 된다(후략)’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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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따라가는 것 아니라, 돈이 따라오는 교육 되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