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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민속품이야기

문자도

by 골동품 고서 고문서 근대사 갤러리 진품명품 2007. 3. 27.
민화의 한 종류로 문자와 그림을 결합시킨 것.

〈산수문자도〉, 종이 바탕에 채색, 각 86×35cm
효(문자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효제문자도(孝悌文字圖)이다. 효제문자도는 일명 효제도(孝悌圖)·팔자도(八字圖)라고도 하는데, 효도·우애·충절·교신·예절·의리·청렴·부끄러움을 뜻하는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 8자를 소재로 각각의 한자 자획 속에 해당 글자의 의미와 관련된 고사나 설화의 내용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그려넣은 것이다. 예를 들어 효자에는 중국의 여러 가지 효행고사(孝行故事)들이 핵심적인 상징물로 표현되는데 진(晋)나라 때 왕상(王祥)이 계모에게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드린 일(王祥氷鯉)은 잉어로 상징하며, 오(吳)나라의 맹종(孟宗)이 한겨울에 노모에게 죽순을 따드린 일(孟宗雪筍)은 죽순으로 상징하고 있다. 또한 제자에는 형제의 우애와 정을 읊은 〈시경 詩經〉의 상체지화(常之華) 고사에 따라 옥매화() 더불어 화목을 상징하는 접동새나 집비둘기 한 쌍이 표현되는 것이 통례이다. 이 8자는 유교적 윤리강령을 8자로 압축한 것으로 효·제·충·신은 〈논어〉에서, 예·의·염·치는 〈관자 管子〉에서 유래한 덕목들이다.

이와 같이 효제문자도에는 유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의 감계적(鑑戒的)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데, 문자도에 표현된 중국고사들은 조선 후기에 대국민 교화를 위해 간행되었던 〈이륜행실도 二倫行實圖〉(1730)·〈삼강행실도 三綱行實圖〉·〈오륜행실도 五倫行實圖〉(1797)의 내용에서 추출한 것들이다. 문자도의 역사적 변천을 살펴보면 18세기 이전부터 궁중이나 사대부 가정에서 큰 글자의 효제문자도 장식병풍을 사용했던 것으로 짐작되며, 18세기에 이르러 각 글자의 의미내용과 형식이 결합되어 상류층 문자도의 정형이 만들어졌다. 19세기에는 새로운 수요층인 기층민들의 기호와 미적 정서가 반영된 민화문자도가 널리 유행하게 된다. 이것은 18세기 상류층 문자도의 정형에서 벗어나 회화성과 장식성이 강해지고 문자 본래의 의미와는 무관한 다양한 표현이 가미된 것으로서 자유로운 상상력과 탁월한 디자인 감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후기로 갈수록 화제 구성이 다양해져 단순히 문자도로만 구성된 순수한 문자도 이외에 문자도가 책거리기물이 상하로 배치된 책거리문자도, 문자도와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나 관동팔경도(關東八景圖)같은 산수도가 아래 위로 배치된 산수문자도 등과 같이 다른 민화 화제와의 결합 양상을 보인다. 한편 문자도에 쓰이는 문자로는 앞에서 설명한 8자 외에도 용(龍)·호(虎)·구(龜) 등의 수호적 문자, 수복강령(壽福康寧)·부귀(富貴)·다남(多男) 등의 길상적 문자가 있으며, 근래에는 한글을 이용한 문자도가 제작되고 있다. 문자도 제작기법으로는 모필(毛筆)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기법 이외에도 가죽붓을 재빨리 구사하는 혁필화(革筆畵) 기법, 인두로 종이를 지져서 그리는 낙화(烙畵) 기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