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그들이 몰려온다 | ||||||||
경매의 시대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경매(競賣)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여럿일 때 값을 가장 높이 부르는 사람에게 파는 것이다. 지역에서도 이색 경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서와 고미술품 경매가 인기를 끌고 있고, 미술품 경매도 곧 열린다. '1대 1' 거래가 아닌 '1대 다수'로 진행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족도와 거래투명성이 보장된다. 경매장의 문턱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 이색 경매의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고서 경매 지난 14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봉산동 봉산문화거리 내 금요고서경매장. 60여 명의 사람이 자리를 채웠다. 이날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고서경매일. 벽면에는 고문서가 번호표와 함께 빼곡하게 붙어있다. 경매사가 경매를 진행했다. 출품순서에 따라 고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고서를 보여주면서 가격을 부르면 경매가 시작된다. 컬렉터들이 인쇄물을 바라보면서 번호표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이에 따라 경매사의 호가 액수도 서서히 올라간다. 출품가격은 수만 원부터 수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194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와 방학용 과제도 눈길을 끈다.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제작연대가 28년 빠른 경자자본 자치통감강목 두 권은 2천 400만 원에 낙찰, 이날 최고가를 기록했다. 40년대 발행된 초등학교 방학용과제 2종은 출품가격이 10만 원이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60만 원에 낙찰됐다. 이날 244건이 출품됐고 7천9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시간 30분 동안의 경매가 끝나자 책을 수령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고서경매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대학교수와 학자, 박물관 관계자, 고서적상 등 직업도 다양하다. 서울에서 온 고서수집가 여승구(73) 씨는 "오늘 7, 8건의 고서를 구입했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이 출품되고 값도 적정하기 때문에 매달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영근 대구한의대 연구원은 "조선시대 제주관련 한시를 연구하고 있는데 기록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하지만 고서경매에 오면 일목요연하게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3년간 고서경매가 열리면서 참여하는 사람들과 매출액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금요고서경매에 따르면 3년 전 매출액은 2천만 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평균 1억 원으로 늘었다. 풍부한 역사적 배경과 가치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고서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철 금요고서경매 대표는 "고서의 경우 대구가 전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과의 경쟁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고미술품 경매 봉산문화거리 내 한옥션은 지난 3월부터 매월 첫째 및 셋째 토요일에 각각 고서, 고문서와 민속품, 고서화, 도자기류 등 고미술품 경매를 하고 있다. 고서와 고미술품으로 차별화한 것은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문서, 고서계통은 소장자, 소장기관이 주고객이고 고미술품은 일반인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특이한 옹기, 점통, 점책 등 자료성 있는 물건들은 경매가도 높은 등 인기가 좋다. 인테리어 등의 영향으로 고미술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조현제 한옥션 대표는 "고미술품 경매는 개인이 즐기던 것들을 밝은 공간으로 이끌어가는 효과를 거둔다."면서 "경매가 활성화되면 소장가들이 구입한 제품을 박물관 등에 기증하거나 대여하는 관행도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품 경매 대구MBC가 K옥션과 손잡고 만든 옥션M은 다음달 28일 첫 경매에 들어간다. 1년에 크고 작은 미술품 경매를 7, 8회 정도 열 계획이다. 대구MBC는 경매 열기를 띄우고 예비 컬렉터를 개발하기 위해 미술투자 클럽 강좌도 하고 있다. 다음달 처음 열리는 미술품경매에는 150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서영진 대구MBC 아트사업팀장은 "대구지역에서도 미술열풍이 너무 뜨거워서 출품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일부에서는 거품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그림을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시대에서 집에서 작품을 소장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만큼 대구에서도 막힌 미술유통구조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래된 문서는 꼭 간직해야 고서는 대구가 메카이다. 예부터 영남지역에서 선비문화가 발달됐다. 전국에서 문집을 100종 찍을 경우 65종이 영남지역에서 찍을 정도였다. 요즘 교수직에 해당하는 소과시 급제자도 영남지역이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자료가 타 지역에 비해 많다. 대구에는 고서적상 12곳이 몰려 있다. 전국에서 이처럼 집중되어 있는 곳은 없다. 전문가로부터 고서 및 고미술품에 대한 상식을 알아봤다. ▶오래된 기록은 절대 버리지 마라=이사가면서 집안의 자료를 버리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집안에 남아있는 문서나 기록은 꼭 간직해야 한다. 고문서나 고서를 보관하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연구가치도 있다. 전문가와 상담하면 합리적인 가격과 가치를 쉽게 알 수 있다. ▶고서나 고미술품을 즐겨라=경제적 가치로 여기지 말고 조상이 물려준 문화 유산이라고 생각하라. 집안 족보와 조상의 교지 등은 경매에 나오면 수만 원에 불과하지만 집에서는 가치를 따질 수 없다. 조상이 물려주신 것을 대대로 전승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보관도 중요=보관상태의 좋고 나쁨에 따라 가격이 50~100% 차이가 난다. 습기가 없는 밀폐공간에 보관하면 좋다. 책장함이나 책장이 알맞다. 더 귀한 것은 금고에 보관하고, 간찰은 파일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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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7월 21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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